4만 피트에서 멈춰 버린 두 엔진
순항 중이던 보잉 767의 두 엔진이, 4만 1000피트 상공에서 단 몇 초 사이에 동시에 꺼졌다. 잠시 후 조종석의 계기판마저 줄줄이 어두워졌다.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67톤짜리 쇳덩이가, 이제 엔진 없이 떨어지는 거대한 글라이더가 된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조종석에는 단 한 가지 희망이 남아 있었다. 기장이 젊은 시절 글라이더를 몰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1983년 여름 캐나다 상공에서 벌어진, 믿기 힘든 17분의 실화를 따라가 보자.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끝난 이 사건은, 인간의 침착함이 어디까지 운명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절반만 실린 연료
도대체 왜 멀쩡하던 두 엔진이 한꺼번에 멈춘 것일까? 원인은 놀랍도록 단순한 실수에 있었다. 바로 연료가 바닥났던 것이다. 당시는 캐나다가 무게 단위를 파운드에서 킬로그램으로 막 바꾸던 시기였다. 새 기종인 보잉 767도 처음으로 미터법을 쓰는 비행기였다. 그런데 연료를 채우는 과정에서, 지상 직원과 승무원이 무게 단위를 헷갈리고 말았다. 킬로그램으로 계산해야 할 연료량을 파운드로 잘못 계산한 것이다. 그 결과 비행기는 필요한 연료의 절반밖에 싣지 못한 채 하늘로 올랐다. 누구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비행기는 목적지에 한참 못 미쳐 연료가 완전히 떨어지고 말았다. 먼저 한쪽 엔진이 멈췄고, 조종사들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남은 엔진마저 조용히 꺼져 버렸다.

글라이더를 몰던 기장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한 가지 우연이 모두의 운명을 갈랐다. 그날 비행기를 몰던 기장은 수천 시간을 비행한 베테랑이었다. 그런데 그에게는 다른 조종사들과 다른 특별한 경험이 하나 있었다. 그는 취미로 엔진 없는 글라이더를 오랫동안 몰아 온 사람이었다. 동력 없이 바람만으로 활공해 착륙하는 법을 몸으로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 부기장 역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군 시절의 경험을 떠올려, 근처에 폐쇄된 옛 공군 기지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기장은 거대한 비행기를 글라이더처럼 다루는 데 집중했고, 부기장은 남은 고도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를 필사적으로 계산했다. 두 사람은 한마디 말도 길게 나눌 여유가 없었지만, 오랜 비행 경험으로 서로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고요해진 조종석
동력을 잃은 조종석은 기묘할 만큼 고요했다. 엔진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대부분의 계기가 멈춰 버려, 조종사들은 비행기의 속도와 고도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객실의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불안에 휩싸였다. 한 승객은 훗날 그 순간을 엔진 소리가 멈추자 세상이 통째로 조용해졌다고 떠올렸다. 그 정적은 평화가 아니라, 가장 깊은 공포의 다른 이름이었다. 승무원들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승객들에게 비상 착륙 자세를 준비시켰다. 모두가 다가오는 1분 1초를 숨죽인 채 기다렸다.

남은 고도와의 싸움
이제 모든 것은 남은 고도와의 싸움이었다. 비행기는 4만 1000피트라는 높은 고도에 있었지만, 동력이 없으니 그 고도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부기장의 계산에 따르면, 가장 가까운 큰 공항인 위니펙까지는 도저히 닿을 수 없었다. 남은 활공 거리로 갈 수 있는 곳은 약 100킬로미터 떨어진, 폐쇄된 옛 공군 기지뿐이었다. 비행기는 1분에 수천 피트씩 고도를 잃고 있었고, 단 한 번의 판단 착오도 허용되지 않았다. 너무 빨리 내려가면 활주로에 못 미치고, 너무 천천히 내려가면 지나쳐 버리는 상황이었다. 67톤짜리 글라이더는 그 좁은 가능성의 틈을 향해 조용히 미끄러져 갔다. 조종사들에게 허락된 것은 오직 한 번의 시도, 그리고 자신들의 판단에 대한 믿음뿐이었다.

엔진 비행과 동력 없는 활공
엔진이 살아 있는 비행과 동력을 잃은 활공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 평소의 비행기는 엔진의 힘으로 속도를 내고, 필요하면 다시 고도를 올릴 수도 있다. 착륙에 실패하면 엔진을 밀어 다시 하늘로 올라가 한 번 더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동력을 잃은 글라이더에게는 그런 두 번째 기회가 없다. 한번 내려가기 시작하면 오직 아래로만 갈 수 있고, 단 한 번의 착륙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게다가 전기가 끊겨 착륙에 필요한 장치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기장은 비행기가 너무 높이 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글라이더 조종에서 쓰는 특별한 기술을 떠올렸다. 비행기를 일부러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여 빠르게 고도를 떨어뜨리는, 위험하지만 유일한 방법이었다.

운명을 가른 네 가지 고비
이 짧은 시간 동안, 조종사들은 여러 고비를 차례로 넘어야 했다. 첫 번째 고비는 비행기를 다루는 일이었다. 동력 없는 거대한 여객기를 글라이더처럼 안정적으로 활공시키는 것은, 누구도 훈련받은 적 없는 일이었다. 두 번째 고비는 길을 찾는 일이었다. 멈춰 버린 계기 대신 눈과 기억에 의지해, 보이지 않는 옛 기지를 정확히 향해야 했다. 세 번째 고비는 고도를 맞추는 일이었다. 비행기가 너무 높자, 기장은 옆으로 기울이는 위험한 기술로 단숨에 고도를 떨어뜨렸다. 마지막 고비는 착륙 그 자체였다. 바퀴를 내릴 동력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비행기는 거의 맨몸으로 활주로에 닿아야 했다. 이 모든 고비가 단 몇 분 사이에 숨 가쁘게 이어졌다.

기장이 남긴 한마디
훗날 사람들은 그 침착함의 비결을 기장에게 물었다. 그는 그날을 돌아보며, 비행기는 그저 무거운 글라이더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대신, 그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에 집중했던 것이다. 수십 년 전 취미로 익힌 글라이더 비행의 감각이, 수십 명의 목숨이 걸린 그 순간을 떠받쳤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위기 앞에서, 한 사람의 오래된 경험이 모두를 살릴 마지막 열쇠가 된 것이다. 운명은 때때로 가장 뜻밖의 자리에 구원을 숨겨 둔다.

활주로 위의 사람들
그런데 비행기가 향하던 그 폐쇄된 활주로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비행기가 뜨지 않던 그 활주로는, 그날 자동차 경주와 가족 행사가 열리는 장소로 쓰이고 있었다. 활주로와 그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과 차량, 그리고 아이들까지 가득했다. 하늘에서 소리도 없이 거대한 여객기가 내려오는 모습에, 사람들은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엔진 소리가 없으니 다가오는 위험을 들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 비행기가 코앞에 닥쳐서야 사람들은 황급히 몸을 피했다. 동력 없는 67톤의 여객기는 그 아슬아슬한 활주로 위로,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미끄러져 내려앉았다. 앞바퀴가 주저앉으며 불꽃이 일었지만, 비행기는 멈췄고 사람들은 모두 무사했다.

데드스틱 착륙이라는 기적
이 비행이 특별한 이유는 데드스틱 착륙이라는 한 가지 개념에 담겨 있다. 데드스틱 착륙이란, 엔진의 동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오직 활공만으로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것을 말한다. 동력이 없으면 다시 떠오를 수 없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시도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작은 경비행기라면 몰라도, 수십 톤의 거대한 여객기로 이런 착륙을 성공시킨 사례는 항공 역사에서도 극히 드물다. 그래서 이 비행기는 훗날 착륙한 도시의 이름을 따 김리 글라이더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인간의 침착함과 준비가 만들어 낸 하나의 전설이 된 것이다.

마치며
거대한 여객기가 글라이더가 되어 내려앉은 그 17분은, 항공 역사에 길이 남는 기적이 되었다. 단순한 계산 실수가 부른 절체절명의 위기를, 한 조종사의 오래된 취미와 침착함이 끝내 살려 냈다. 비행기는 며칠 만에 수리되어 다시 하늘을 날았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승객들을 태우고 비행했다. 작은 실수 하나가 비극이 될 뻔했지만, 또 다른 우연과 준비된 사람의 손길이 그 비극을 비켜 가게 했다. 만약 그날 글라이더를 몰 줄 아는 기장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우리의 삶에서도, 무심코 쌓아 둔 경험 하나가 뜻밖의 순간에 누군가를 구하는 열쇠가 될지 모른다.